문화 평론

블라인드 사이드를 보고 나서..

Maka! 2023. 12. 5. 20:59

전미가 울었다.

 

솔직히 그정도로 감동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단다.

 

전개 자체가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아서(드라마 장르기 때문에 당연한 거일지도 모르겠다), 보면서 뭔가 오글거리는 부분도 있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따뜻한 가족영화다.

 

하지만,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참 보수적인 영화로군.' 이었다.

 

영화 속에서 정부 기관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행정부는 미취학 아동 시절의 주인공을 엄마와 강제로 분리 시켜 지내게 했고, 개인 정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며, 업무는 계속 지연될 뿐이다. 입양 과정 속에서 친모의 역할은 무시된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주도적으로 처리해 나가는 건 개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되려고 할 때, 느닷없이 개입하여 초를 치는 것도 공적인 기관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건 개인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행정부의 인물들은 모두 흑인이라는 점이다. 백인은 부시 정도가 사진으로 등장한다.

 

갈 곳 없이 흑인 슬럼가에서 떠돌던 주인공을 처음 구원해주는 건 백인들이 주로 다니는 기독교 미션스쿨이다. 그들은 학점이 0.6밖에 안되고, IQ는 돌고래 수준이라고 평가받던 주인공을 크리스천 정신으로 관대히 입학하게 해준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연한 백인 상류층 가족과의 만남으로 주인공은 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에, 주인공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주립대학교에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당당히 입학하게 된다.

 

영화 내에서 난관을 만드는 건 주로 흑인이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무능하며, 때때로는 여성을 희롱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의 엄마는 마약 중독자로 주인공의 친부 성 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인공의 주위에 있던 인물들은 흑인들이 주로 사는 슬럼가에서 마약을 판매하던 갱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주인공의 새로운 가족을 모욕하다 주인공한테 얻어맞고, 나중에 일부는 갱 끼리의 싸움에 휘말려 사망해 신문에 이름이 오르기도 한다. 그들 또한 주인공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없던 건 아니나, 결국 스스로의 의지든, 환경에 휘말려서든 음지의 일을 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을 입양하는 여주인공은 같은 도시 내에 있는 지역임에도, 평생 빈민층이 사는 지역에는 가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밀접하나 결국 유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유리되어 있는, 분리된 공간 - 어쩌면 층이 나눠져 있을 공간 - 을 넘을 수 있는 자는 소수고, 선택받은 자이다. 그리고 넘어가려면 백인층의 생활과 기준에 완전히 동화되어야 한다. 그러며 그들은 진정한 미국인으로 거듭난다. 용기와 명예를 숭상하고, 공부 또는 운동에 두각을 나타낸다. 화이트 트래쉬는 그저 가뿐히 넘길 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운이 좋게도 백인들에게 선택받아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선택 받지 않은 자들은 어떤가. 인생은 결국 운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인가? 태어난 인종에 따라 대다수의 삶이 정해있는 것인가? 개인의 자선과 기부를 통해 사회가 점차 개선되는 걸 바래야 하는것인가? 음식점 점포를 85개나 가지고 있는 자는 그러한 부를 정말 그것을 개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것일까?

 

이 영화와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나는 전지구적인 규모로 봤을 때 선택받은 인간이니 하느님께 감사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신께 감사해야 하는가, 신을 원망해야 하는가? 왜 우리에게는 빈부의 격차가 생기는가. 빈부의 격차는 좋다. 하지만, 누군가는 굶고 누군가는 배 터지게 먹는 게 옳은 것일까?

 

영화의 초반에 추수감사절의 광경이 펼쳐진다. 주인공을 데리고 온 가족들은 평소의 추수감사절과 같이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식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그런 광경을 처음 보는 주인공은 자신의 주머니에 빵을 숨겨가면서 까지 먹는데 열중한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영화를 보면서 씁쓸한 감정이 뇌리에 사라지지 않았던 건 나만이 아닐꺼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그저 릴리 콜린스를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영화에서 보면 더 예쁘다. 항상 스크린샷은 별로 예쁘게 나오지 않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