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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 반체제인사들이 받던 취급

Maka! 2024. 5. 11. 19:07

"그는 언제나 당과 사회주의 같은 것들에 관해 회의적인 말들을 늘어놓곤 했어요. 당시에는 모두가 당연하게 브레즈네프에 대한 아넥도트를 말하곤 했는데, 그건 아주 정상적인 거였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그저 아넥도트를 말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끊임 없이 모종의 심오한 결론들을 도출해서는 그걸 함께 나누고 싶어 했어요. 우린 모두 그가 바보라고 생각했죠. 왜 그런 구절 있잖아요? 신에게 바보 같은 기도를 올리면, 신이 네 이마를 때리실거다. 그는 스스로의 진실에다가 기도를 한 거예요. 그의 말을 듣는 건 강렬한 경험이었어요. 그건 공포가 아니라 불쾌함을 불러일으켰거든요.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일과 그의 주인공들을 만나 사귀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지요. 얼마든지 즐겁게 그들에 대해 읽을 수는 있지만, 그들과 만나는 걸 즐기긴 어려울 거예요. 살아 있는 사람이 당신 앞에서 시종일관 회의적인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면, 그건 불쾌한 일이 되겠죠. 그 사람은 당신에게 무언가 반응이 나오길 기대하지만, 당신은 그에게 할 말이 아무것도 없어요. 그 사람처럼 분석할 줄 몰라서가 아니예요. 그냥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205-206p.

 

특히 마지막 두 문장이 인상 깊다. 분석할 줄 몰라서가 아닌,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

 

현실에서 먹고 살기도 바쁘고 개인적으로 신경쓸 것도 많은데, 우울한 이야기나 늘어놓으면서 높으신 분들에 대한 진지한 비판이나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비호감으로 인식하는게 보통이겠지.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자가 받는 취급과 비슷한 거 같아. 피식하면서도 마음이 꿀꿀하군.

 

세상 사는 곳은 어딜가나 똑같다는 말에 논박하는 편인데(사회주의 체제가 된다면 생각도 바뀔거라는 믿음으로), 이런거 보면 좀 회의적.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