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정책 변화에 대한 나의 생각
https://www.yna.co.kr/view/AKR20230616100500530?section=society/all
"尹, 3월부터 '공정한 수능' 지시…교육과정평가원 감사 예정"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발언은 '공정한 수능'에 대한 지시였...
www.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30616024900001?section=politics/all
대통령실, 尹 수능 언급에 "쉬운·어려운 수능 얘기한 것 아냐"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대통령실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
www.yna.co.kr
나는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에 정책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정치성향과 별개로 그의 행보를 나름 존중하려고 했고, 신경쓰고 싶은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2023년 대수능을 봤고, 2024년 대수능도 볼거고, 2025년에도 볼것으로 예상되는 방구석 3수생한테 대통령의 한마디는 그해 시험의 판도를 바꿔놓을 중요한 문제다. 어쩌겠나, 내가 입을 열고 싶은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정책의 집행과 그 이후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책임자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교육 문제, 그 중에서도 수능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전문가라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험을 치렀던 시절에는 현재와 같은 수험체제가 아니었고, 그가 뜻하든 뜻하지 않았든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자녀도 없어 그는 최근 수능 시스템에 대해 그리 잘 아는거 같지 않다.
"하지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 사실 이런 발언들을 보면 과연 우리 아버지보다 현재 수능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지도 의구심을 품게 한다. 수능은 항상 공교육 범위 내에서 행해진다고 보여진다. 물론 공교육의 범위를 EBSi의 강의 수준까지 넓혀서 봤을 때 말이다. 사실 학교 수업을 성실히 듣는다고 해서 수능 만점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준에 맞춰서 교육을 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킬러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한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능을 치러본 입장으로서, 비문학과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비문학의 경우, 수업시간에 다루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나오는 것이 오히려 옳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문학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읽어봤던 문학 작품, 비문학 제재가 나오는 경우는 ebs 수능특강, 수능완성 연계가 50% 정도 이뤄진다고 해도 보기 쉽지 않다. 간접연계기 때문에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학능력시험은 본질적으로 그렇게 "생전 처음 보는" 제재가 나와도 글을 읽고 해석해서 문제를 맞출 수 있는 이해력, 판단력, 사고력이 존재하는지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이러한 시험의 본질을 슬프게도 윤석열 대통령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거 같다. 물론 내가 윤석열 대통령 발언의 본질을 이해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리고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솔직히 이건 뭘 의미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문제의 예시가 주어지기라도 하면 나을텐데, 수능 국어는 지구의 삼라만상에 대해 다 다루기 때문에 당연히 과목 융합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고, 영어도 마찬가지며, 수학은 전혀 동떨어진 외딴섬 같이 문제가 구성되기에 이런 문제는 없다고 보여진다. 아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탐구영역일텐데, 생활과 윤리와 사회문화 시험을 치른 입장에서 과목 융합형 문제가 튀어나와 고생했던 적은 없는거 같다. 사회문화에서 계산문제가 골치 아프게 나와 수능을 말아먹긴 했지만.
그리고 나는 이러한 과목 융합이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과서를 펼쳐보면 서로 설명하고 탐구하는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부분을 따로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각 과목 선생님들끼리 서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해 융합해서 배우면 더 탐구의 범위가 넓어지고 이해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간혹 하곤 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교를 유지 보수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이런 일을 기획하기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내가 교육을 받아온 환경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두루두루 잘하는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전인교육이다. 사실 과거 학력고사 시절에는 오히려 특정한 과목에서 만점을 맞으면 (예를 들어 국어와 영어, 사회 과목) 수학은 최하에 가까운 성적을 내도 명문대 문과 계열에 입학할 수 있던 사례가 있는 등 "자기 할것만 잘하면 되는 인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교육이 더 알맞다고 본다. 비록 나한테 잘 맞는 구조는 아니지만(슬프게도 나는 수학과 영어를 지지리도 못하는 인간이다.), 적어도 모든 부분에서 평균치 이상 해내는 인간이 과목에 따라 편차가 심한 인간보다 우수하다고 생각이 된다. 뇌의 다양한 부분이 개발되었다는 거니까. 그런 점에서 IQ 테스트보다는 다중지능테스트와 같은 것으로 사람의 지능을 판단하는게 옳다고도 본다. (물론 사람의 지능으로 그 사람의 모든 걸 평가하려는 작태를 원한다는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교육에 대한 얘기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공교육에서 수업하는 범위 안에서만 모든 시험을 내면, 사교육이 사라지는가? 내가 봤을 때 오히려 사교육에 취약한건 수능보다 내신시험이다. ebs만 가입하면 근 20년간 출제됐던 모의고사, 수능 문제에 대한 정답과 해설을 볼 수 있고 수능을 대비하는 커리큘럼도 짜져 있어 교재비만 감당하면 되지만(이정도도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 내 주위에 있다면, 손수 스캔하여 PDF 파일로 제공할 의향도 있다. 그리고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의 경우 ebs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학교 내신의 경우 시험지를 매년 학원생들로부터 공급받고 출제유형을 분석하는 지역 내 학원에서 배워서 문제를 푸는게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사교육은 현 수능 시스템보다 현 내신 시스템에 더 취약하고, 과거에 수많은 교육정책 속에서도 학원과 과외는 사라지지 않았듯이 현재 교육 시스템의 대변혁이 있지 않는 한 수능체제를 바꾸는건 대다수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행위일 뿐 학생들을 돕는 행위라는 생각은 영 들지 않는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통 크게 현재의 교육 구조를 대 변혁해 푸코조차 공중제비를 돌만큼의 혁명적인 교육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