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잡념 2023.09.01

Maka! 2023. 9. 1. 19:51

오늘은 대부분의 대학이 개강을 한 날입니다. 물론 재수생에게 개강따위는 없죠. 저는 수능 접수를 하고 왔습니다.

 

왜 6개월 이상 된 사진은 안되고, 인화된 사진만 된다는 건지. 작년에 찍은 사진을 프린트해서 가져갔더니 욕만 먹고 2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결국 다시 찍었습니다. 머리도 엉망인데. 젠장!

 

어쩌다보니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중학교 하교 시간과 겹쳐, 교육지원청 주위에 있는 중학교에서 몰려 나오는 중학생 무더기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동네에 있는 중학교는 남녀공학이라 그런가, 남/여간에 허물없이 대화하고 노는 모습을 보다보니, 남중-남고라는 절망적인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제 인생이 약간 안타까워지는 동시에, 아쉬움이 생기더랍니다. 커뮤니티에 보면 어릴 때 연애는 꼭 해보라고, 그때의 풋풋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런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 불쌍한 인간으로서, 애초에 초등학교 이후 여자랑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사람으로서. 이건 심각한 문제다, 라고 느껴버렸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매체가 있고, 그런 매체들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감정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만, 연애의 감정을 100% 전달해줄 수 있는 매체가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철학의 빈곤이 아닌, 감정의 빈곤, 문화의 빈곤을 느끼고 있는 셈이죠. 사실 철학도 충분히 빈곤하고.. 애초에 결핍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나 모르겠네요. 충분하다 못해 넘쳐 흐르는 건, 열등감과 머리의 기름기 정도?

 

일단 뭐든지 경험을 해봐야, 속된 말로는 찍어먹어 봐야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는데 도움이 될텐데.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원.. 그렇다고 나가서 만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해도 금액이 만만치 않죠.. 집에서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보면 전기세 정도만 들어가는데. 이동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안타까운 감정만 유지한채로, 집에서 칩거하는 생활을 계속 영위할 거라고 생각하니. 음.. 내가 20살에 이런 인생을 살거라고 생각한적은 없었는데. 또 한 번 이 말을 꺼낼 수 밖에 없네요.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