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국익이지." - 제보자 평론
또 다시 저널리즘에 관한 영화를 들고나와 봤다. 스포트라이트의 한국버전(?)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의 저널리즘 영화인것 같다.
일단, 영화의 소재는 충분히 대중들의 흥미를 끌어낸다. 사실 이런 작품들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사건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묵묵히 따라가기만 해도 평작은 친다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일단 매우 매력적이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인 박해일이 주연이고, 그 밖에도 또경영, 왠지 귀여운 송하윤.. 매력적인 배우들이 나오고, 임순례 감독도 와이키키 브라더스, 남쪽으로 튀어! 등, 흥행은 못했지만 수작들을 찍어냈던 감독 아닌가?..
영화 내용도 나름 흥미진진하고, 엔딩도 깔끔하다. 그러나, '한국식'영화 답게, 개봉에 1년 차이밖에 안나는 스포트라이트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많다. (본인은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감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아쉬웠는데, 제보자들은 더 하다.)
일단 연출 자체가 굉장히 작위적이다. 남자 선배 PD(박해일) + 여자 후배 PD(송하윤)의 케미스트리는 나름대로 잘 맞으나, 대사가.. 듣기 힘들다. 마치 추리영화에서 명탐정 코난같이 군다는 느낌? 이 양반들이 취재를 하고 있는건지 어린이 탐정단처럼 농담따먹기 하면서 추리를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왜 그렇게 "줄, 줄기세포요?", "정,정말 하나도 없다고?" 말을 더듬는건지 잘 모르겠다. 대본을 쓸 때 귀찮아서 놀라는걸 다 비슷하게 처리해 버린건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또한, 황우석 박사를 과학자가 아닌 일종의 '신'과 같은 존재로 비유하는 듯한 연출이 영화 곳곳에 드러나 있는데, 너무 직설적인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당시에 실제로 '신'취급을 받던 양반이기는 하다.. 그러나, 본인의 개똥철학 중 하나는 "영화의 은유적 표현은 1번 보고 깨달을 정도로 직설적이면 안된다. 2번 이상 자세히 관람해야 만 끄집어 낼 수 있는 표현이어야 한다." 이다. 너무나 쉽게 퍼즐을 찾은 느낌이라 좀 안타까웠다. 물론 제보자에는 내가 찾지 못한 상징이 아직 많을 수도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취향에 맞아 떨어지는 영화다! 특히 뉴스타파에서 나온 '공범자들'과, 당시 황우석 사건과 PD수첩을 보도한 수많은 언론 자료를 보고 영화를 보면 더욱 재밌다.
저널리즘의 최전선에서 복무하는 기자와 그를 음해하는 세력들.. 근시안적인 판단 능력으로 PD를 매도하는 대중들.. (이 부분은 영화에서도 아쉬운 부분이다. 대중들에 대한 비판적인 대사도 많으며, 일종의 엘리트주의적 시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마 임순례 감독의 정치성향과도 연관된게 아닌가 싶다.)
또한 황우석 박사 팀에서 한우를 가져다 준다거나, 연구원을 데려다놓고 언론플레이를 한다던가는 "영화적 과장이 너무 심한데?"라고 생각했으나,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놀람을 금치 못할 수 없었다. 뭐 촛불집회나 PD수첩한테 난리쳤던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고.. 위에도 말하지만 엘리트주의적 시각, 플라톤의 '철인' 정치식의 논리를 싫어하고 비판하는 본인이지만, 대중들이 근시안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건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사실이기도 하다. "국익"에 눈이 멀어 "진실"과 "논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행태를 보여줬는데, 우리 모두 "진실이 국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언론에 대해 곱씹어주게 하는 영화! 황우석 박사 사건 때 살아갔던 사람들이 보면 더 좋을 영화. 제보자였다. 나름 한번 쯤 볼만한 영화이니 봤으면 좋겠다는 추천사를 마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읽어줘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