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9 일기
친구들을 만난지 일주일만에 다시 만났다.
오늘의 만남은 P군과 L군.
오후 1시에 홍대입구역에서 만나기로 하여, 잠에서 막 깬 동생을 뒤로 하고 12시 즈음 출발했다.
집에 이렇게 오래 혼자 둔 것은 처음이지만, 나름 잘 견뎌서 다행. 물론 오후 3시 즈음 이모가 오셔서 돌봐주셨다.
홍대입구역에서 만나, 가볍게 점심으로 라멘집에 갔다.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곳. 소유라멘을 먹었는데, 맛은 나쁘지 않고 술술 넘어갔으나 아쉬웠던 건 양이 살짝 모자랐다. 차슈를 왜 슬라이스하며, 슬라이스한 것도 2장만 넣어준걸까. 참으로 아쉬웠다. 11000원이나 내고 먹었는데 말이지. 다음에는 좀 더 저렴한 곳을 찾아봐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가게 된 곳은 헌책방과 피규어숍. 피규어숍은 나에게 별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헌책방은 너무 즐거웠기에 소감을 풀어놓고자 한다.
숨어있는 책 - 주인장이신 중년의 아저씨가 꽤나 친절. 책 가격도 저렴한 거 같다. 내가 '경제학의 기초 이론' 이라는 책을 찾고 있다고 하니 현재 책방의 상황을 설명해주시면서 지금은 찾기 어려울 거 같으니 다음에 연락해달라. 발견하면 준비해놓겠다. 라고 해주시며 명함도 주셨다. 일주일 정도 뒤에 전화해 볼 계획. 나에게 "왜 나온지 그렇게 오래된 서적을 찾느냐. 동아리에서 읽는거냐" 라고 물었는데 아마 나를 좌파 서클 회원 같은 걸로 보신 거 같다. 물론 나는 방구석 룸펜이기에 그냥 관심이 생겼다고 적당히 답했다. 또한 이곳에서 잔뜩 책들에 관한 tmi를 방출. P군 왈 "마카가 이렇게 신나보이는 건 처음이다."
글벗책방 - 노년의 할머니가 주인장이신듯. 나름 친절. 그러나 책이 없는 건 아쉬웠다. 오래있지 않았지만 더 둘러볼 껄 그랬다. 흥미로워 보이는 책은 많았다. 다음에 더 돌아볼 계획.
공씨책방 - 노년의 할머니가 관리하고 있었다. 무뚝뚝했지만 일단 물어본 건 잘 대답해주셨다. 경제학의 기초이론은 없지만 철학의 기초이론은 있다고 하셨는데 그거라도 사올 껄 그랬나 살짝 후회 중. 성수에 본점이 있다는데 거기도 가볼까 생각 중이다.
그 이후 계속 돌아다니면서도 내 마음은 헌책방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아아. 정말 또 가고 싶어라. 청계천 쪽 헌책방은 별로라 하니 다음엔 신촌과 신림 지역을 돌아봐야겠다. 사회과학서적이 많은 곳에서 절판된 서적을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저녁은 국밥집에 가서 곰탕을 시켰다. 곰탕인데 왜 설렁탕 같이 뿌연 국물인지는 의문. 어쨌든 고기도 나름 많이 들어있어 허겁지겁 먹었다. 덕분에 집에 와서 약간 체했지만.
아 배고프다. 저녁을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오늘 애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한 거 같다. 집에 와서도 책을 읽어서 그런가. 생각에 관한 생각은 빨리 읽는 거 같으면서도 페이지 수의 압박 때문에 생각보다 읽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걸 다 읽어야 다른 책 진도가 나갈텐데. 쉴라 피츠패트릭의 러시아 혁명 책을 기간 안에 읽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다. 반납했다 바로 다시 빌리는 꼼수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은데. 공부도, 독서도 내일부터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몸이 따라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