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3. 00:17 나는 누구인가?
수업 때 들은 이야기
역사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80년대 후반 학번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박사 학위는 확실히 성대에서 받으셨다. 아마 학부도 성대일 가능성이 99%이나 정확하진 않다.)
수업을 하다 자신이 학교를 다닐 적엔 이념 서적(해방 전후사의 인식, 공산당 선언 등)을 들고 다니다 전경한테 걸리면 일단 바로 경찰서로 끌려간다는 썰을 풀었다. 그러던 중,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대학 초년생 때 이념 서클에 가입해서 활동했었노라고. 정확히 정파가 어딘진 모르겠다. 아마 더 검색해보거나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알 수 있으나, 수업시간에 맨날 졸던 학생이 그런 민감한 질문을 하는데 잘 받아주실진 모르겠다.
그 서클에 한 선배가 있었다고 한다. 타 학교 학생회장이었고, 사실 그 서클엔 그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근데 이 선배가 어느 날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때 으레 그렇듯 '수배가 떨어져서 몸을 피했구나' 정도로 생각했더란다. 근데 한참 뒤에야 그 선배가 시체로 발견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거주지와 한참 떨어진 어딘가의 바닷가에서, 실족사로 추정되는 채로.
약간 울리는 듯한 목소리(울먹이는건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무거운 목소리였다는 건 확실하다.)로 결국 진실과화해위원회까지 갔지만 진실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도 의문사라고. 자신은 아직도 왜 그 선배가 그 연고도 없는 바닷가에서 발견됐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맺었다. 그 즉시 쓸데 없는 호기심으로 검색해보니 아마 이내창 의문사 사건이 아닌가 싶다.
87년 민주화가 된지 4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현대사에선 왜 이리 의문이 많은 것인가. 총체적 진실은 언제쯤 밝혀질 것인가. 광주 민중항쟁 당시 발포명령자, 숱한 의문사 사건들의 진실. 이내창 열사, 박창수 열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잊지 않으며, 한 발 두 발 전진하는 것뿐. 어디로?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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