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나갔다 오면 나간 사이에 들었던 잡념들을 어디다엔가 표출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그러한 욕망에 부합하기 위해서, 나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두 가지 주제를 잡고 시작하자. 첫 번째 주제는 삶에서 느꼈던 고통, 두 번째 주재는 독서란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호밀밭의 파수꾼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룰라의 리더 이상민은 언젠가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었다. “그때 당시에는 힘들기도 하고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지나고 나서 내 머릿속에서 되풀이 되는 기억들은 아름다운 기억밖에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회상하면서 이러한, 행복했던 감상에 잠기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추억을 회상하면 행복보다 고통이 더 컸던 기억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이러니한 것은 나는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이 많았던거 같은데, 그런 기억의 조각들은 도대체 어디 숨겨져 있고 나는 괴로운 기억들만 항상 반복해서 기억하는가. 이것또한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해결하고 싶지만 해결할 길이 요원해 보이는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내 기억속의 나처럼 내가 그렇게 불행한 아이였으면 이렇게 살아있지도 못했을텐데 말이다.

 

나는 요즘 매일 독서를 한다. 최소한 하루에 한 권은 다 읽자는 신념을 가지고, 묵묵히 책을 읽어나간다. 내 하루의 대부분은 독서에 쓰여진다. 이런 행위는 (진심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께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사람들도 나쁘게 보지 않는 듯 싶다. 적어도 매일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인식이 좋으리라.

 

하지만 나는 이러한 행위를 긍정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이 집에서 하루종일 컴퓨터를 하며 커뮤니티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과, 책을 보는 것에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고 현실을 도피하는 행위라는 것에서는 다를 바가 없는데 말이다.

 

내가 읽는 책이 장래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들인가? 그렇지 않다. 물론 그런 책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내가 읽어서 큰 도움을 받을만한 책들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강박에 의해 책을 읽는지라 대부분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게 되어, 사실 머릿속에 남는 것은 많지 않다. 일종의 시간 죽이기 용도의 독서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은 책 읽는 행위를 권장한다. 사실 나도 내 동생이나 내 친구들한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을 활용해야만 가치가 창출하는 것이다. 의미 없는 행위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무런 가치와 의미 없는 행위를 얼마나 많이 한단 말인가? 그런 행위를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독서를 중요시하는 풍조에 약간의 지적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책을 읽는 행위는 그거밖에 못해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는 다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은 인간이다. 운동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그림 그리기는 더 못한다. 대부분의 요소에서 평균 이하의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점을 고치고 싶지만, 왜 나는 고치지 못한단 말인가?

 

나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일단 어느새 내 생각의 실마리는 풀리다가 멈춰버렸다. 일단 얘기는 여기서 멈추고 다시 책을 읽어나가야겠다. 하고 싶은 얘기는 어느정도 남아 있지만, 머릿속에서 아직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정도 수준의 잡념은 곧 사라져버리기에 신경 쓸 필요도 느끼지 못하겠다.

 

있을 때 잘하지라는 말 만큼 공허한 말이 있을까. 있을 때 잘하는 사람이 쥐꼬리만큼도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거 아닐까. 할머니와 엄마, 아빠에게 잘하고 싶지만 마음도 몸도 따라주지 못하는 나는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며 살아갈까.

 

받는 건 당연하게 여기고, 주는 건 불쾌해한다. 내가 토를 할 때 아무말 없이 등을 두드려주던 할머니가 토를 하실 때 등을 두드려 드리는 건 너무나 싫었고, 연락도 없이 할아버지가 살아졌을 때 군말 없이 찾으러 다녀줬던 친구한테 밥 한끼 사는 것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자고로 이론이 있으면 실천이 따라줘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을 행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살아 있는 그림 그리기라는 책을 읽고, 현재 대한민국의 미술교육 더 나아가서 초,중등 교육 자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내 동생이 미술학원에 다니고, 학습지를 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데. 부모님의 힘든 삶 속에서 막내 딸의 교육은 중차대한 일이지만, 그것에 대한 공부를 할 시간은 없으시다. 나는 시간은 많으나 비극적이게도 책상에 앉아있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잉여인간이니, 이론과 실천의 집합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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