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보의 소실이 너무나 잦다는 것이죠. 자의든 타의든 간에.
예를 들어서 책을 출판한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책과 똑같은 내용의 텍스트를 인터넷에 올린다고 해봅시다. 어떤 데이터가 더 오래 갈까요? 사실 현재까지의 인터넷 역사를 따져보면 책이 더 오래 갈 가능성이 높지요.
25년전이라고 가정하면 PC통신 시대인데, PC통신은 현재의 인터넷과 단절된 시스템이죠. PC통신들이 서비스를 멈추면서 당연히 그 안에 있던 데이터베이스도 모조리 날아갔고요.
20년전 정도만 가봐도, 얼마나 많은 사이트들이 작게는 도메인 만료, 넓게는 서비스 종료 등을 통해 소실되었을까요? 버디버디, 복구 되기 전의 싸이월드, 다음 블로그, 이글루스, 그 밖의 많은 독립적인 도메인들.. 망하지 않은 도메인들도 텍스트는 남아도 사진 자료는 많이 날아간게 현실이죠. 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료의 용량이 크니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날려버리는 걸까요?
반면 책은 관리만 잘 해줘도, 사실 관리 안하고 그냥 냅둬도 30년 정도는 버티죠. 물론 종이가 좀 삭긴 하겠습니다만.. 아예 소실되는 것과는 질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죠.
또한 인터넷의 텍스트를 자의적으로 날리면 누가 아카이빙 해놓지 않는 한 그냥 사라져버리는 건데, 책은 최소한 다 태워버리지 않는 한 사라지지는 않는거니.. 훨씬 없애기 힘들겠죠? 어떤 글이 뷰가 1000이 넘어도 대부분 그걸 복사하거나 아카이빙 해놓지는 않겠지만, 책이 10권만 팔려도 구매자가 함부로 버리진 않을테니까요.. 당분간은.
보고 싶은 블로그 글은 블로그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사라지고, 보고 싶은 카페 글은 카페가 팔려서 자동차 카페가 되어서 못보게 되고, 보고 싶은 웹툰은 계약이 만료된건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에 의한거.. 라는 생각을 해보면 그저 서글픈 따름이죠. 물론 다른 체제에서는 이런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별 필요가 없는, 바이트만 차지한다고 여겨지는 텍스트와 픽쳐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니나노머신의 만화와 그 밖의 인터넷에서 소실된 웹툰들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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