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8. 22:13 문화 평론
아이마스 23-24화를 보고
일단 굉장히 흥미로웠다. 보통 아이마스 본편에서 가장 좋은 화로 꼽히는 건 역시 20화 '약속' 일텐데, 개인적으로는 힙스터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23화 '나'와 24화 '꿈'도 굉장히 훌륭하고, 오히려 20화보다 낫다고 생각했달까.. 아무튼 그렇다.
일단 그 이유는 주제 의식을 하루카 내면의 갈등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낸 화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규모 아이돌 그룹의 숙명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성공하게 되며 각자가 멀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하루카는 외로움을 겪으며 자신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아이돌이 되고 싶었나 고뇌한다. 결국 그 과정에서 멘탈이 붕괴되어 잠깐이지만 일을 쉬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개인적으로 하루카가 이런 저런 공간들을 돌아보며 다시 동료들에게 돌아가는 원동력을 얻게 되는 과정보다도, 23화 중후반 - 24화 초반에 나오는, 침잠하는 내면을 드러내는 부분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럭저럭 마지막도 감동적인 전개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에는 비판도 많았나보다. 물론 일리가 있다. 딱히 동료와의 단결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 굉장히 환상성이 짙은 장면 몇개로 떼워버렸다고 취급할 수도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연출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게 되었던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이 화에서 하루카는 마치 소외를 겪는 노동자와 같은 처지이다. 처음에는 좋아서, 행복해서와 같은 일종의 자기 만족, 자아 실현을 위해 열정 넘치게 시작했던 일이 주변 노동자와의 단절과 일방적인 업무 지시로 인해 고립된 상태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변하여 내면의 혼란을 얻는다. 노동자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물화되며, 자신의 노동과 유리되는 타자화 과정을 겪는다. 하루카는 유형을 가치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산업자본주의의 노동자는 아니지만,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무형의 가치를 생산하는 문화노동자라고 할 법하다. 물론 이 분야는 이미 정립이 되어 용어가 있겠지만, 공부가 부족한지라 일단 이런식으로 정의를 하자면 이 과정에서 금전적 이득은 취할 수 있더라도 이미 소외 상태가 되어버리면 노동을 통한 행복은 잃게 된다.
이런 소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를 생각해봐야 한다. 답은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으로 노동자를 몰아넣는 자본주의 사회를 타파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우리가 애니메이션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톱 아이돌이 되기 위한 경쟁의 스피드를 늦추며, 동료들과 발 맞춰 나가는 것 만으로 시시때때 변화하는 문화자본 안에서 견뎌낼 수 있을까? 그것은 무리가 있다. 결국 동료들과 손을 잡더라도 어느정도는 고립된 환경에서, 그것을 개인의 정신력만으로 극복해나가며 발전이라는 쳇바퀴에서 구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하루카의 형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개인적 유대를 통해 위기를 타파해 나가는 연출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좀 더 간접적으로라도 자아실현의 모습을 잘 그려낼 수 있었겠지만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여하튼 이제 러브라이브 결말도 보고, 철학 서적도 다 읽어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 오늘 안에 하긴 좀 힘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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