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얘기하지만, 결국 21세기의 창작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필요한 요소는 이것인 거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것이 아니라, 비범하게 선택해서 독창적으로 배열하는 능력' - 이동진

사실 착정병동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일까. 1대다수의 펨돔 하렘? 시도가 안됐을리가 없다. 성인지에 다량의 스토리 첨가? 당연히 있다. 당장 대마인 아사기만 해도 저정도 스토리는 있다고 봐야한다. 물론 거의 아마추어 상황에서 시작한 본 작품과 비교하기는 힘들다만 존재한다는 걸 강조하는거다. 평범해 보였지만 사실 범죄의 온상? 그걸 밝히는 주인공? 같은 클리셰는 넘쳐날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스케일과 핍진성을 넘어서 이 세 개를 엮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독자가 얘기하듯 19씬이 아닌 점점 커지는 스케일과 캐릭터 간의 심리싸움, 그리고 의도인지 비의도인지 모를 코믹한 느낌까지. 착정병동은 아이러니하게도 착정이 중심이지만 착정씬이 아닌 부분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착정은 거들 뿐.

캐릭터들도 흥미롭다. 위키를 읽어보니 확실히 캐릭터의 개성을 떠나 테제 - 안티테제로만 이뤄져 있던데, 이런 경우엔 지속적으로 갈등이 일어나기에 독자의 피로도가 쌓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인공을 갈구는게 쉬어가는 타이밍의 의미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19씬이 곧 템포조절이 되는거 같이 보이는데, 그러면 일반 성인지와는 정반대의 구조로 그려진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기대보다 재밌게 봤고, 이런 만화가 많이 나와주길 바란다. 전연령판도 있던데 이 작품은 막장으로 치닫는 하드한 요소(범죄든 주인공을 향한 괴롭힘이든)에서 재미가 튀어나오는 건데 과연 살렸을지는 의문이고. 이 작품처럼 틀을 계속 비틀어줘야 만화의 생동성이 꿈틀대는거 아니겠나. 나는 언제쯤 생명력 있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만 깊어져간다.

Posted by M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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