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4. 15:44 사회 평론
윤루카스를 보고 주저리 주저리
솔직히 글 제목과 다르게 영상을 보진 않았습니다. 시간 낭비가 주특기이긴 하지만, 관심도 없는 주제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유튜브로 접하는 건 예능 영상 시청과 음악 감상 정도가 가장 좋은거 같기도 하고.
일단 경제학에는 문외한인지라 심도깊은 학술적 분석, 이런건 불가능할 거 같고.. 그냥 비전공자와 전공자에 관해, 그리고 일원론적 사고에 대해 늘어놓으려고 합니다.
일단 다들 알다시피 윤루카스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죠. 그러나 세상의 다양한 부분(주로 돈에 관련된 부분이죠)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비전공자 유튜브야 많죠. 정치평론가들이라고 해서 딱히 정치학과를 나와야 하는 건 아니고(물론 학술적인 정치학과 현실 정치에 대한 논평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만, 비유를 들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입법부에 계신 분들이 모두 법학 전공이고, 행정부에 계신 분들이 모두 행정학 전공이 아니듯이, 비전공자라고 해도 별 상관은 없는겁니다. 학술적으로 파고 드는 것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으로 분석하는건 다른 문제니까요.
하지만 비전공자 나름대로의 한계는 있기 마련이겠죠. 어떤 학문이던지 돈을 흥청망청 쓰고 싶어서 4년 동안 등록금 꼬박꼬박 내가며 수업을 듣는건 아닐테니까요. 아무리 MOOC 강의가 늘어나도, 유튜브에서 유용한 지식이 늘어나도, 경제학을 통쾌하게 설명해주는 책을 읽어도 대면 학습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영역인겁니다. 요즘 같은 시대엔 그런 부분의 학습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뭐 그것 말고도 대학교를 다니는 이유에는 인적 네트워크 형성과 같은 부분들도 있겠지요. 그런거 다 따져봐도 외국어 배우는데 한학기에 360만원은 좀 아깝긴 합니다만(...)
어쨌든 비전공자는 여러모로 전공자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문의 고도화 현상과 함께 이게 심해진다고 보는데, 학문의 깊이가 얕을 때야 아마추어도 독학으로 파고들어 성과를 내는 분야도 많았지만, 지금 와서는 글쎄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사회과학과 같은 학문도 어떤 학과던지 역사를 150년 + a 정도 잡고 가야하는지라. 아마추어 or 학부생 수준에서 성과를 내기엔 영 힘들어진 사회죠. 물론 그런 한계를 뛰어넘는 천재가 안 나올거라는 보장은 없지만요.
하지만 학문적 이해도와 말솜씨는 다른겁니다. 경제학에 대해 지식이 부족해도, 오히려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현실에 대한 지식과 통찰을 통해 토론에서 전공자를 바르는 경우는 자주 있는겁니다. 철학과 나온 정규재씨가 경제학 교수들이랑 토론해도 나름 버티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근데 저는 이런 상황에서 역설이 생겨난다고 봅니다. 경제학으로 세상 만물을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하시는 분들이 정작 이론적 경제학 지식의 깊이보다는 현실에 대한 개인의 통찰과 가치판단으로 토론을 이끌어나가는 부분이 문제인거죠..
예를 들어 경제학의 기본적인 모형 - 수요와 공급의 법칙 - 에 기반해 시장에서 왜곡이 일어나지 않게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보는 분들이 일부 독점 사례를 들고 나와 독점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던지요. 독점에 문제는 다양한 부분이 있겠지만, 경제학적으로는 후생경제학에 기반해 공급자가 1명밖에 없을 경우 일반적인 수요-공급 곡선과 다른 수요-공급 구조가 되어 결국 소비자와 판매자의 후생의 총합이 정상 상태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인거죠. 독점을 하기 위해, 또는 유지하기 위해 덤핑을 해도 덤핑 나름대로 경제학적으로는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판매자의 후생이 줄어드는게 소비자의 후생이 늘어나는것보다 적으니까요. 오히려 판매자의 후생따위 무시하고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수 있으니 짱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소비자가 좋다면 사실 소비자학에 대해 공부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뭐 경영 - 소비자 - 경제학 - 무역 - 회계 다 큰 틀에서는 상경으로 엮어버릴 수도 있습니다만..
치킨 시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치킨 시장을 독점적 경쟁시장이라고 보고, 각 치킨 마다 가격 차이에 대해 설명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치킨 가게의 다양한 디자인, 광고 등에 의해 선택이 변할 수 있다고 보면 원론적인 입장에서는 해석하기 힘들수도 있고(이콘이 그런데 연연한다고 보는 건 행동경제학 즈음 와서야 가능한 얘기인데, 원론에서 행동경제학을 다루기 시작한게 얼마나 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 오래되진 않은 걸로 압니다; 사실 행동경제학을 다루는 대표적인 넛지 같은 서적은 경영학과 학생들이 더 많이 읽는거 같기도 하고..), 닭과 치킨 시장의 과점으로 인한 담합까지 들어가면 복잡해지죠. 경제학에서 안 다루는 건 아닙니다만, 경영학, 정치학(담합과 같은 은밀한 과정에는 정치공학적 술수가 개입하기 마련이죠.), 법학까지 다뤄야 하겠네요. 이 밖에도 한국인이 다른 야식보다 치킨을 좋아하는 이유, 수요와 공급이 타 야식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고 가격대도 닭에 밀가루 묻혀서 튀긴 걸 파는것 치고는 높게 형성되는 이유는 사회학, 인류학, 푸코의 망령을 되살려내 구조주의 철학으로 볼 수도 있겠죠. 이래서 간학문적 연구가 중요하다고 고딩때부터 배우는건데..
어쩌다보니 글이 산으로 왔네요. 결국 결론은 비전공자도 충분히 똑똑하게 토론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원론적 입장에서 탈피될 수밖에 없고, 일원론적 입장에서 모든 걸 해석하는 유튜브를 운영하는데 그런 식의 토론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라는 글입니다. 물론 쉐도우 복싱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다행이죠. 저 혼자 뻘짓한게 되고, 모순적인 상황은 애초부터 없었던 거니. 칼 포퍼를 좋아하진 않지만(사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 나불대는 건 맑스빠로서 불쾌한 일이라서;), 포퍼가 지적했던 반증이 불가능한 이론에 대한 문제점은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작 포퍼도 쿤이 자기 이론 비판하니까 잘 안받아들였다는 건 넘어가고..
진짜 끝. 수능 공부 시작하려니까 중앙 유라시아사 책이 술술 넘어가고 티스토리에 글을 마구마구 올리고 싶어지네요.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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