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4. 15:29 사회 평론
홍콩 시위에 관한 평론
먼저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에 나온 모든 내용은 월간 워커스 59호 [워커스 이슈]의 4부작 기사(workers-zine.net/31109)를 기반으로 하여 작성한것임을 밝힌다.
2019년. 아시아, 또는 세계의 전반적인 정치권을 가장 불태웠던 이슈는 바로 홍콩 시위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사로써 보도 되었으며, 좌익 운동권 진영의 조직적인 시위와 전국의 많은 대학교에 붙여졌던 '레논 월'과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중국인 유학생들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정책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과연 홍콩 시위를 좌익 진영에서 지지하고, 연대하고, 그것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비난할만큼 홍콩 시위는 '좌파'적인 시위이고, 또는 사회주의로의 이행기 과정에서 존재할 수 있던 '혁명'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던 것일까?
그 점에 대해서 앞서 언급했던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해보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기사의 순서대로 먼저 홍콩 시위에 참여했던 청년들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이 시위의 성격을 분석해보자.
'홍콩 시위는 6월 9일에 시작됐어요. 이날 10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죠. 당시 요구는 하나였습니다. 송환법 철회. 홍콩 정부가 멋대로 시민들을 중국으로 보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입을 막으려 했어요. 시위 참여자는 물론, 참여하지 않은 시민까지 공격했습니다. 정부의 잘못이 쌓이는 만큼 우리 요구도 하나씩 늘었습니다. 지금 시위대의 ‘5대 요구’는 정부가 만든 것입니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곳(미 총영사관) 집회에 나왔습니다. 저는 특히 본토인(중국인)의 홍콩 이민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자본력을 가진 중국인이 하루에 150명씩 홍콩으로 이민을 옵니다. (홍콩 정부는 일방통행허가제도를 통해 매일 최대 150명의 본토인 홍콩 이주를 허용한다.) 그러자 홍콩의 모든 소비(생산) 시스템이 중국인에게 맞춰졌어요. 홍콩인은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죠. 저도 자영업을 하며 이런 문제를 느껴요. 대부분 홍콩으로 이주하는 본토인은 부자예요. 그들은 더욱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홍콩의 빈민들은 더 가난해졌어요. 그런데 홍콩 정부는 빈민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통제를 원하지 않을 뿐입니다. 중국이 홍콩에 간섭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우리만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져야 해요. 홍콩 학생들은 지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으로 시위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국에선 이것마저 할 수 없어요. 중국에는 없는 자유가 홍콩에는 있습니다. 저는 그냥 홍콩과 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평화롭게요.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전쟁이 일어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다른 발언은 충분히 친 좌익적이고 홍콩의 빈부격차와 정부와 자본의 결탁에 의한 만행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비판할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해서 비판의 소지가 존재하는 일부 발언만을 인용해보았다.
먼저 첫번째 발언에서 얘기하는 송환법은 홍콩 사람을 본토로 소환하는 것을 의미하고, 5대 요구는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 폭력 진상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연행자 석방 요구'를 의미한다. 홍콩 시위에서 요구하는 것 중에서 가장 강력한 요구라고 할 수 있는 5대 요구 중에서 과연 좌익적 요소가 있는 요구가 있을까? 사회의 빈부격차와 자본의 만행에 대해서 변혁을 요구하는 요구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점만 봐도 부르주아 혁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까?
두번째 발언은 굉장히 재밌다. 국가자본주의를 막기 위해 제국주의 국가를 이용하는 발상! 거기다가 '중국 자본가'에 대한 비판도 재밌다. 자본가의 국적이 변화하면 착취제도가 완화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인가? 우리도 '미국 자본가'에 대하여 비판을 통해 상대적으로 '민족 자본가'에 대한 차악론의 형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자본의 국적이 바뀐다고 해서, 자본가의 성격이 바뀐다고 해서 착취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는 생각은 착취가 자본주의와 관계 없이 우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마르크스 이전의 공상적 사회주의자 - 대표적인 인물로 로버트 오언을 들 수 있다 - 와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질적인 피해를 '중국 자본가'에 의해 보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말이다.
세번째 발언은 두번째 발언과도 어느정도 연관되어 있는 독특한 '민족주의'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100년간의 식민통치 간 그들은 '중국'이라는 국가에 속해있는 '중화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본토인들과는 분리된 선진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본토보다 우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홍콩인'에 대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일국사회주의론보다도 좁은 관점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탄압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오직 자신들, '홍콩인'들의 자유와 이익만을 보장받길 원한다. 물론 시위대 중 '일부'의 관점이니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확대해석은 금물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을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좌익 진영에서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의 전술 차원에서 배워야 할 부분도 꽤나 많이 있다. 두번째 기사에서 홍콩 시위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택하고 있는 전술에 관한 부분을 일부 인용하겠다.
' 앞서 홍콩 시위는 6월 9일 103만 명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6월 16일 200만 명, 8월 18일 17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의 동력을 이어갔다. 아울러 대중 집회에 그치지 않고, 집단적인 현금 인출 행동이나 총파업, 공항 점거와 쇼핑몰 시위 등 홍콩 경제를 공격하는 전술도 선보였다. 8월 5일 총파업에는 홍콩 노동자 50만 명이 참여해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키는 등 도심 기능을 멈췄고, 8월 12일과 13일엔 공항 점거 시위에 나서 항공편 수백 편을 결항시켰다.'
'이렇듯 용무파(勇武派)가 거리에서 무력 시위를 하는 한편, 일부 화이비(和理非, 평화·이성·비폭력) 시위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됐다. 현금 인출 시위, 불매 운동, 작은 가게 가기 운동, 대형 쇼핑몰 점거 시위가 그렇다. 특히 불매(罷買) 운동은 총파업(罷工)과 수업 거부(罷課)와 함께 ‘3파(三罷) 운동’으로 발전해 투쟁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불매 운동은 8월 18일부터 매주 일요일과 금요일 ‘Bye Buy Day’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들의 생각이 혁명적이지 않아도 그들의 실천은 충분히 혁명적이지 않은가? 경제를 공격하는 전술에서 봤을때 21세기에 우리가 어떻게 자본을 공격해서 무너뜨려야 하는지의 사례로 학습하고 비판적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전술이 결국 성공했는지와는 별개로, 총파업은 아직도 효과적인 수단이고, 소비가 이루어진 곳에 대한 통제도 꽤나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기서도 독특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발현과 그를 통한 타국의 자본에 대한 상대적인 보호는 계속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쇼핑몰에 입점한 중국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의 운영을 방해하기도 했다. 유명 중국 프랜차이즈인 ‘베스트마트 360’이나 ‘북경루’, ‘제이드가든’ 등에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을 뜻하는 ‘777(당선 득표 수)’ 스티커로 도배하거나, 키오스크를 무차별적으로 눌러 매장 운영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오직 '중국 자본'만을 저격하여 공격하는 행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제 마지막 기사로 들어가서, 다시 홍콩 시위의 성격과 그를 통하여 좌익의 입장을 어떻게 결정해야할지에 대한 논의를 해보겠다.
'몇몇 홍콩인의 손에는 유니온 잭(영국 국기)이 들렸다. 이들은 영국에 1984년 체결된 홍콩반환협정을 존중하는지 중국에 물을 것을 호소한다. 청년들은 “트럼프 대통령, 제발 홍콩을 해방하라”라는 배너를 들기도 했다. #Chinazi(China+Nazi, 중국+나치)라는 해시태그도 돌아다닌다.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오성홍기를 불태우는 장면도 보인다. 물론 이들이 시위대의 목소리를 다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중 정서는 이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졌고 일부는 전 식민제국 영국과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하고자 한다. 유니온 잭을 드는 사람들의 수도 늘고 있다. 시위 초반에는 수백 명뿐이었지만 9월 15일 집회에는 대열이 500미터를 넘을 만큼 불어났다.'
'우선, 홍콩 청년들은 조직된 노조나 정치단체가 아님에도 전략적으로 경제 거점을 타격하는 계급적 산업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초기 거리시위와 입법회 점거에서 나아가 연이은 총파업과 비협조운동을 비롯해 공항과 금융, 지하철과 쇼핑몰 등 주요 경제 거점을 차례로 타격했다. 실제로 이 청년들의 시위는 중국뿐 아니라 소위 아시아 금융허브를 오가는 국제금융자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홍콩 주식시장에서는 6월초 시위가 시작된 이후 8월 중순까지 5천억 달러가 날아갔으며 벤치마크 지수는 7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크리스 찬 홍콩중문대 사회학과 부교수는 지난 6월 <자코뱅>이 주최한 집담회에서 “우산운동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까지, 사람들은 자본주의 생산을 방해하기 위해 점점 더 전투적인 행동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두 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정치적 투쟁에 파업과 노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14년 우산운동 기간에는 일부 학생 지도자들이 노조에 파업을 호소했지만, 송환법 반대 시위에선 노동자 수천이 그들 노조에 파업을 조직하자고 촉구했다.'
'주요 정치 담론은 독립파와 자치파로 나뉘어져 있다. 독립파는 중국으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추구하는데, 우파 또는 홍콩 지역주의를 대표하며 중국인에 대한 차별과 외국인 혐오주의를 선동한다. 또 사회적 약자의 노동권과 사회보장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 자치파는 홍콩의 민주적인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지만 독립파와는 다르게 반중국 정서에는 거리를 둔다.'
그들의 성향은 굉장히 복잡하다. 굉장히 많은 대오가 과거 식민정권을 지지하며 과거로의 회귀, (그들 기억에는)상대적으로 착취가 덜했고 '신사'적이었던 자본 계급의 지배를 다시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대안우파 진영의 핵심인 트럼프에 대한 지지와, 반중정서와 더불어 반공정서의 확산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기사를 통해 2019 맑시즘에서 노동자 연대가 주장했던 - 극히 일부만이 친영국, 친제국주의 시위를 벌인다라는 주장 - 것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독립파의 이데올로기는 명백히 반동적이며, 이들이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의 성향이 한국 및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여러 보수 미디어를 통하여 과대대표되고 확산되면서, 우한갤의 홍콩 시위를 모티브로한 블랙시위들의 발현을 조장한 등 반혁명적 운동의 빌미가 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반중국적, 반공적, 친제국주의적 정서를 부정하고 홍콩의 빈부격차을 비판하고 홍콩 및 중국 정부를 자본을 호위한다는 관점에서 비판하는 자치파를 중심으로 한 청년들과 노동자들이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볼셰비키 등 일부 조직에서 주장한 홍콩 시위는 반동적이며 타락한 노동자 국가를 지키기 위한다는 명목에 중국에 대한 비판적지지도 비판을 받아야 하는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검토해 봤을때, 본인은 홍콩 시위에 대한 관점은 '자치파의 이데올로기를 국내에 홍보하고, 독립파와 제국주의 국가들의 홍콩 시위 이용에 대한 비판을 전제로 한 비판적지지' 인 바이다.
홍콩 시위가 사그라든지 몇개월 - 거의 1년 - 이 지난 이 시점에서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헤겔의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라는 말을 기반으로 한 관점에서 볼 때 역사의 사건을 종결되고 난 뒤 해석하는 것도 마르크스주의에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조그마한 견문으로 이렇게 몇자 적어보게 되었다. 이 글에 대한 모든 비판을 전적으로 환영하며, 각종 단어 선택이 부적절한 부분이나 내용에 비약 및 왜곡, 편협한 시각의 관점에서 본 것이 드러난다면 전적으로 본인의 무지에 의한 수치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끝으로, 홍콩 시위에서 희생당한 시위대와 반시위대 세력을 기리며 이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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