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7. 02:09 나는 누구인가?
2023 09 07. 보드리야르부터 ML까지 잡설
9월 6일. 수험생들의 고비 중 하나인 9월 모의고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병원 갔다와서 집에서 게임하고 책 읽었습니다. ㅠㅠ
오늘은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를 읽었는데, 서울대 지원자들, 즉 고등학생이 많이 읽은 도서 치고는 난해한 편입니다. 일단 이해가 아니라 뭔 소린지 알려면 소쉬르부터 시작하는 기호학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 하고, 갤브레이스 타령하는거 보면 경제학 찍먹도 해봐야 하고, 제목이 소비의 사회인지라 소비자학과 지원자생, 정확히는 생활과학대학 지원자들이 많이 읽었는데, 사실 소비자학과 갈거면 트렌드 코리아 같은 걸 읽어야지 이런 대륙철학의 영향을 짙게 받은 사회학 서적 따위는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비판적 지식인이 되고 싶다면, 소비가 중심이 되어 인간 소외와 영원한 결핍 상태를 불러오는 자본주의를 전복시킬 생각이나 하라고!
어쨌든 저도 책 내용은 이해 못했으니, 마르크스 관련 얘기나 늘어놓을까 합니다. 푸코도 그렇고 프랑스 양반들 책이 재미는 있는데 솔직히 이해는 못하겠어요. ㅠㅠ
보드리야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하나로, 시뮬라시옹과 시뮬라르크 이론과 걸프전은 우리 삶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가면 걸프전은 TV 속에서 보여준 환상일 뿐이다.. 같은 주장을 했던걸로 유명하죠. 이 발언도 책 읽고 보니 소비 사회에서 TV라는 매체가 전달하는 환상성과 연관이 있는거 같기도 하고. 뭐 다른 매체들도 거기서 거기지만 TV는 시/청각을 동시에 자극해줘서 파급력이 크잖아요? 아무튼 이런 얘기는 뒤로 하고..
어쨌든 초기 저술에서 보드리야르는 네오 맑시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스승이 맑시스트여서 그렇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사실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소비보다는 생산 과정에 집중하는 편인지라.. 저작에 얼마만큼 맑시즘이 첨가되어 있는지 모르겠네요. 소외, 계층화에 대한 언급이 있긴 한데 네오답게 전통적인 방향이랑은 좀 달라요. 애초에 소외 개념은 맑스 초기 저작의 중점인, 후기 맑스와 초기 맑스는 분절시켜 초기 맑스의 저작의 개념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주 언급됐던 것인지라. 이렇게 보니 헤겔이랑 비슷하네요. 청년헤겔파는 좌파성향인 반면에 말년 헤겔은 절대정신, 나폴레옹 같은 인간을 초인화 시키는 반동적인 면모를 않았나요? 물론 나폴레옹은 근대적인 제도, 헌법 등을 전파해 본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 혁명 정신의 일부를 유럽에 전파하긴 했지만 말이죠. 아 이것도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인데..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보드리야르는 초기에도 맑스랑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적다는거죠. 이건 이후 서구 맑스주의자들한테 계속 나타나는 모습이예요! 그람시에서부터 슬슬 맑스주의의 전통인 ML(마르크스-레닌주의)와 다른 얘기가 시작되어,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비판 이론 등을 통해 변증법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이론을 발전시켰고, 프랑크푸르트 학파 2-3세대 쯤 가면 맑스주의에서는 거의 탈피했다고 봐야죠?
프랑스의 대륙철학 계보도 마찬가지로 네오 맑시즘이네 포스트 맑시즘이네 하지만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이랑 같이 묶이지 맑스주의랑 묶이는 건 흔치 않죠. 라깡이랑 맑스 영향 받은 지젝(이 양반은 유고슬라비아 + 프랑스), 자율주의의 애비 네그리(요 양반은 이탈리아)정도 빼고, 알튀세르도 빼야지. 알튀세르 정도면 충실한 맑스주의자지.. 자기도 자본론 제대로 안 읽었다고 하지만, 말년에 정신병 걸려 금치산자 된 상태에서 한 말의 신뢰도는 어느정도? 뭐 이데올로기, 인간의 타자화 이론에 획 그은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요. 호명을 통해 내가 분리가 된다나 주체가 아닌 타자가 된다나 뭐라나.. 프랑스 현대철학 책을 제대로 읽었어야 하는데!
구조주의(대표 : 푸코), 포스트모더니즘(대표 : 몰라. 조던 피터슨?), 해체주의(대표 : 데리다)는 노선이 아예 다르죠. 데리다는 포스트 맑시즘에 끼워주던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대체 뭐야? 관념론자냐? 어쨌든 정통적인 시각에선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스탈린주의와 대륙철학의 대립에 대해 적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게 구좌파 vs 신좌파네. 근데 서로 바운더리가 너무 넓어. 구좌파 안에 스탈린주의(마르크스 레닌주의), 트로츠키주의(IST같은 국제사회주의자 말고 정통파만), 마오주의(마찬가지. 68혁명 때 들고 나왔던거 말고, 실천론 모순론 기반으로 하는)이 들어있다고 하고, 한국에서는 운동권들이 채택한 이론들도 들어가지. NL(민족해방), PD(민중민주). 신좌파는 나머지.
이제 학술적으로 들어갈게요. 신좌파는 맑스에서 어느정도 멀어졌죠. 68혁명 하던 인간들 다 어디갔어? 사민당도 아니고 녹색당에 가 있네. 빨갱이 대니는 이제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해야 돼요. 강단 철학이니 위선이니 뭐니 해도 신좌파는 소련, 스탈린, 마르크스 후기 저작이랑 좀 거리 두고, 철학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서 학계에 돗자리 좀 깔아놨단 말이요. 겸사겸사 경제학 쪽에도 발 밀어넣었고. 서울대에선 김수행 교수 돌아가시고 더 이상 맑경 석박사 과정이 없지만 경상대 같은 국립대에 정치경제학 대학원도 생기고. 이 얼마나 발전한 세상? 40년 전엔 자본론 읽고 싶으면 일본 가서 호텔방에 숨어 읽어야 했어요. 근데 지금은 번역본이 넘쳐나지.
근데 구좌파는 맑스주의의 전통에 맞게 딱딱 공부해. 마르크스-엥겔스 저작 > 레닌 저작 > 스탈린, 트로츠키, 룩셈부르크 + etc 뭐 이런 느낌. 전기 후기 이런거 상관 없이 고전 꼭꼭 씹어먹는 사람들. 근데 학계에 자리가 없어. 전공자도 별로 없어.. 역사학계에 소련사 전공 몇명 있는거 말고 소련에서 정립한 이론의 반수정주의적인 인간들 중 교수이신 분? 안타깝게도 없어요.
ML계에 전설인 채만수 소장님. 류동민 교수랑 키배떠서 대놓고 광인의 사고, 광인의 언어 박고, 강정구 교수한테는 면전에서 "님 정세판단 잘못된듯 ㅎ" 날리고. 강정구 교수는 뭐 그냥 NL이긴 하지만.. 근데 이분도 전공자 아니고 학계에서 위치? 없다고 봐야 함. 그래도 한노정연 때부터 소장이셨는지라 저술 활동도 하고 논문도 썼는데. 노동자 교양 경제학 빼면 딱히.. 모르겠단 말이지. 노교경 말미에 보면 한국 맑경 경제학자 디스가 있는데, 대한민국에 있는 교수급 인물들은 거의 다 깠단 말이죠. 근데 다르게 말하면 ML들 중에서는 교수급이 없으니까 그렇게 많은 인간들을 깐거죠. 맑경 교수들은 다 소련 정통 이론과는 결이 다르니까. 내가 좋아하는 류동민 교수, 김수행 교수한테 사사받았죠. 김수행 교수는 영국에서 박사 땄는데 지도교수가 좀 독특한 인물이었고. 그렇다보니 김수행 및 김수행 제자 분들도 다 약간 맑경의 논쟁사항에서 비주류적인 학설로 빠졌고.
피곤해서 내가 뭔 얘기하는건지도 모르겠는데.. 쨌든 맑스에서 탈피해서 최신 학설과 융합을 통해 명맥 유지 + 학계에서 인정이냐? 맑스 훈고학으로 정통성은 있지만 고립이냐? 어려운 문제예요. 누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거든.. 채소장님 말빨은 탑이어도 이론적으로 탑이냐? 모르는 일이야.. 약빨 다 떨어졌다고 욕먹는, 수유너머 이진경 교수보다 학술적으로 잘 아는지 어찌 알어.. 이 양반이나 류동민 교수나 욕은 많이 먹어도 박사에 국립대 정교수인디.. 근데 그렇다고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는 저지르면 안되죠. 류교수가 맑스주의 경제학 공부에 도움되는 책을 많이 쓰긴 하는데, 정보재 논쟁 때 했던 추상적인 발언들 같은 건 비판 받을만 하니까..
뭐, 어차피 나랑은 먼 얘기.. 자야 하는데 뭐하고 있냐 나..; 결론은 없음. 즐거운 서양철학사나 읽으렵니다 나는.. 경제학 힘들어.. 철학도 힘들고.. 머리 안깨지고 할 수 있는 학문.. 뭐가 있남..
'나는 누구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어탕 가격과 지역별 물가지수 (0) | 2023.09.14 |
---|---|
현대의학에게 묻고 싶다. 나 병원 가야하나요? (0) | 2023.09.14 |
잡념 2023.09.01 (0) | 2023.09.01 |
잡념 2023.08.31 (0) | 2023.08.31 |
의식의 흐름 2023 08 23 (0) | 2023.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