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3. 01:13 나는 누구인가?
의식의 흐름 2023 08 23
오래전 얘기다. 그게 초등학생 때였던걸로 기억하니, 벌써 7년 가까이 된건가.
좋아하던 만화가 있었다. '우리들은 푸르다'라는 만화였는데, 특유의 개그 센스가 나랑 잘 맞아서 항상 재밌게 봤었다. 지각이 워낙 잦은 만화였는지라 일요일에 만화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항상 일요일을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만화였다.
언제였나, 특정 인물의 레디컬 페미니스트 논란이 터지고, 메갈리아와 워마드 같은 반사회적 커뮤니티가 논란이 되고, 여성시대와 남초 커뮤니티 간 일동 전쟁이 벌어졌던 것은.
그 전부터 인터넷 내에서 성별간의 갈등은 분명히 존재했다. '김치녀'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으니까. '된장녀', '된장남'과 같은 표현과는 질적으로 다른,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일부 집단에 대한 공격과 조롱이 아닌, 국적과 성별만 가지고 공격하는 단어는 굉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일간베스트 이외의 사이트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성시대와의 남초커뮤니티와의 대규모 갈등, '한남충'이라는 단어의 등장, 반사회적 커뮤니티의 확산(일간베스트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비슷한 역할을 일베의 모체인 DC inside에서 하게 되었고, 일베와 같이 DC의 파생사이트인 에펨코리아와 같은 사이트도 득세하게 되었다. 여초 커뮤니티는 잘 모르지만 다음카페, 더쿠, 인스티즈 등에 분포되어 반사회적 행위를 이어나가는거 같다.).
이런 상황의 초기에 터졌던 클로저스 성우 해고에 관한 논란에 대해, 트위터에서 몇자 적었던 우리들은 푸르다의 문택수 작가는 미칠듯한 별점테러와 무수히 많은 욕설을 먹게 되었다. 성우의 계약해지가 부당하는 발언을 한 것 때문에.
매일같이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레디컬 페미니스트에 관한 비난과 조롱이 끊이지 않았고, 그런 글들을 계속 접해 적개심이 한창 물 올라와 있던 어린 나도 같이 우리들은 푸르다와 문택수의 작품을 보이콧하고, 별점테러까지 자행했었다. 물론 열기가 가라앉은 뒤에는 계속 봤다. 작품은 재밌었으니까..
지금 돌이켜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그때는 그래도 서로 공격하는 집단이 성별 내 일부라고 믿었을 거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갈등이 봉합될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성별 갈등을 돌이킬 수 있을까? 성차별을 극복하고 성분리의 시대로 가고 있는듯한 우리는 과연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출산율 세계 최하위, 인터넷은 매일 특정 성별에 대한 상호간의 비방으로 가득차고, 사람들은 방관하거나 암묵적으로 특정 성별의 주장에 동조하곤 한다. 인터넷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성별 간 교류가 줄어들고 있는게 사실이다. 연애, 결혼, 출산 다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1인 가구가 코리안 스탠다드가 된 게 현실이다.
어린 시절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 서로 사랑하고, 연대하기도 너무나 짧은 인생일텐데. 평생이라 해봤자 100년도 안되는, 인류 역사에도, 지구의 역사에도, 우주의 역사에도 티끌만큼도 안되는 짧은 시간인데. 우리는 왜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는가.
모두를 사랑해야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 나를 증오하는 이, 나를 모르는 이. 공자는 편애를 외쳤고, 묵자는 겸애를 외쳤다. 시대에 따라 따라야 하는 윤리관은 다르지만, 지금은 편애보다는 겸애를 해야 하는 시간인거 같다.
'나는 누구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념 2023.09.01 (0) | 2023.09.01 |
---|---|
잡념 2023.08.31 (0) | 2023.08.31 |
꿈이란 무엇인가 (4) | 2023.08.09 |
오늘은 마지막 날이 아니다 - 2023.07.29 (0) | 2023.07.29 |
철학의 합리적인 학습방법에 대한 검토 (0) | 2023.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