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8. 00:06 나는 누구인가?
2023. 11. 17 일기
수능이 끝났기에 평소와 같은 루틴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8시 30분에 일어나 동생을 학교에 보내고 컴퓨터를 켜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한다. 일단 커뮤니티 눈팅을 1번 정도 돌려준 다음, 책을 읽기 시작한다.
질질 끌었던 스탕달의 적과 흑을 다 읽는다. 민음사 판본 기준 1000페이지 남짓이면 별로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닌데, 며칠을 읽은 걸까..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렸던게 아쉽다.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쥘리앵이 처신만 잘 했으면 하렘으로 결말을 냈을 수도 있을텐데 선택이 안타깝군.
책을 읽으면서 밍기적 밍기적 시간을 보내다보니 벌써 12시 남짓이다. 동생을 데리고 와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마땅한게 없기 때문에 라면으로 때웠다. 안성탕면이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지 않긴 하지만 이만한 라면이 없다. 진라면 순한맛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스코빌 지수가 낮은게 장땡인 것이다.
적당히 유튜브로 옛날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식사를 마무리 한 뒤, ebsi를 한 번 둘러봐준다. 아직 2024년 커리큘럼이 업데이트 되지 않았군. 수능은 363일 남았으니까 시간은 많다.. 아직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재작년, 작년에도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망했지만.. 어쩌겠는가. 천성이 이런 것을.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책을 판매한다.. yes24에서 책을 파는 건 합리적인 결정인 거 같다. 일단 문제집들만 팔았는데 읽지도 않는 수학 교양서적도 팔아 넘겨야겠군. 푼돈이라도 벌어서 내년 교재를 사는데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ebs 교재도 과목마다 차근차근 모으다 보면 몇십만원 수준이 되는 것이다.. 일년내내 식비만 축내는 백수에게는 그 정도도 아까운 것이다.
썼던 문제집이기에 완전 헐 값에 판매해 놓은 뒤, 오늘 보내야 하는 택배를 포장한다. 장사가 잘 되는건지 안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적당히 물건이 나간다. 송장 붙이는 건 조금 귀찮지만 이게 다 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별로 힘들지는 않다.
적당히 내가 할 일을 끝마친 뒤, 다시 커뮤니티와 독서에 여념하는 것이다. 이번엔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초대를 읽는다. 그림이론과 언어게임이라.. 논리철학논고는 굉장히 두꺼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얇은, 그래서 더 복잡한 책이로군. 철학은 항상 읽을때마다 쉽지 않다. 개론서, 교양서도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데, 전공은 오죽하겠는가? 나는 철학과에 갈 운명은 아닌 것이다. 어쨌든 무난하게 읽어나간다.. 머릿 속에 별로 남는 내용은 없다. 그래도 책에 나왔던 것과 관련된 내용의 무언가를 접하면 간간히 떠오르긴 한다. 비트겐슈타인하면 전/후기 철학이 나누어져 있고(이 책에서는 전-중-후기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인거 같다.), 러셀과 밀접한 교류가 있었다, 가족 유사성이라는 개념을 창시했다.. 정도는 다른 책에서 읽었기에 떠올리면서 독서를 진행했으니까. 수능 독서론 공부를 해서 좀 더 독서 효율을 높여볼까..
얇은 책이기에 후딱 읽은 다음 친구들과 디스코드를 하며 순수하게 노는데 열중한다. 저녁 식사는 제육볶음과 소고기 무국. 맛은 적당하군. 제육볶음이 오래돼서 그런지 맛이 약간 약한데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소고기 무국은 고기를 푹 끓이지 않은 듯 약간 고기가 질긴 느낌이 나지만 씹는 맛이 있어서 오히려 좋다.. 고 생각하며 먹었다. 카레든 닭도리탕이든 갓 한게 맛있다는 주의지만 소고기 무국은 확실히 오래, 지속적으로 끓여 좀 묵은 게 맛있는 거 같다. 물론 엄마가 해주는 음식에 평가는 무슨 해주는 대로 먹는게 합당한 태도이긴 하다..
밥 먹고 한참 뒤에 야식으로 부추고로케와 치즈버거, 감자튀김 반을 먹었다. 원래 아빠가 동생 먹으라고 햄버거 세트를 사왔는데 동생이 내가 불쌍하다고 반씩 나눠줬다.. 입이 큰 사람이라면 한 입에 먹을 법한 치즈버거랑 감자튀김 미디엄을 반이나 나눠주다니. 맨날 동생한테 찡찡대고 목소리만 큰 부족한 오빠한테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는게 너무 고맙다. 내 동생은 나보다는 크게 될 인물 같다.. 물론 그래도 나는 동생에 대한 태도가 바뀔 거 같지는 않다. 나 같은 한남이 바뀌는 건 쉽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배도 안 고픈 상황에서 이것저것 먹었더니 12시가 넘었는데도 배가 부르다. 으윽 언제 소화를 시키고 자나.. 그래도 내일은 휴일이니까 푹 잘 수 있겠지. 아마 점심도 엄마가 차려줄거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코코넨네 하는 상상을 하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누구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명언 (0) | 2023.11.21 |
---|---|
텍스트 작성 방법에 대한 생각 (4) | 2023.11.18 |
수능 후기 (2) | 2023.11.16 |
택시 드라이버와 패션.. (0) | 2023.11.15 |
2002년의 시간들과 미움의 제국 (0) | 2023.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