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6. 17:25 나는 누구인가?
에밀 완독과 이것저것 이야기들
저번달에 처음 펼쳤던 에밀을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중간에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캠페인도 깨고, 책도 몇권 읽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더니 벌써 1달이네요.
700페이지를 30일 동안 나눠 읽은 건 아니고, 실제로 읽은 시간은 한 5일 정도 되려나요. 한 챕터마다 1일 정도 들어갔던거 같습니다.
'에밀'은 루소의 여러 저작 중에서는 중간 쯤에 위치해있는 저서인거 같습니다. 알라딘에 있는 3단계 플로우차트에 의거하면, STEP 2에 위치해 있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STEP 1에 위치한 고백록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갔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루소에게 그렇게 큰 애정을 쏟을 생각은 없기 때문에 에밀 1권으로 루소는 졸업하렵니다.
에밀은 흔히 교육철학의 고전으로 여겨지고, 교육 전공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이 읽는 도서 같습니다만.. 사실 당시 루소의 철학이 집대성 되어 있는 서적이라고 보여집니다. 에밀과 동시기에 작성된 것이 사회계약론인데, 사회계약론에 들어있을 법한 정치적인 이야기도 많이 있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것저것 종합선물세트 마냥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 챕터는 에밀과 소피의 연애소설 같은 느낌도 있고요.
동서사 판본으로 읽었는데 700페이지라는 압박에 솔직히 읽기 힘들었습니다. 알라딘에서 추천해주는 한길사 판본은 애초에 2권으로 나왔지요. 비슷한 페이지의 S.P.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는 챕터가 상세히 나눠져 있기라도 했지, 에밀 같은 경우 크게 다섯 챕터로 나뉜거 말고는 없어서, 한 챕터에 200페이지씩 읽어나가야 하니 영 고역이었습니다.
어쨌든 읽으며 느낀건, 18세기 서적이구나.. 라는 측면이었습니다. 당대에는 굉장히 혁신적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만(감시와 처벌에 나와 있는 동시기 교육 구조를 보면 끔찍하죠. 거기서 많이 탈피되지 않은게 현재 공교육인거 같기도 합니다만..), 근본적으로 유모들이 아기의 팔도 못 움직이게 꽁꽁 동여매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하던 시기의 서적이기에 현재 교육학과는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게 아이에게 매독과 창부의 위험성을 알려주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나이쯤 되는 아이를 매독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에 데려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줘, 매독의 감염을 미연에 방지한다.. 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어찌 보면 아동학대로 여겨질 수도 있죠.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남기는 행위니까요. 비슷한 느낌으로 교회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명목으로 지옥의 고통스러움에 관한 영상을 봤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하느님을 믿어야 겠다' 라고 느끼기 보단 밤에 고통스러운 지옥의 이미지가 계속 떠올라 밤잠을 설치기만 했습니다. 비슷한 예로 체벌의 무의미함을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책에서 봤었는데.. 어쨌든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언제 교육을 시작할 것인가, 교육의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현대 이론과는 차이가 큽니다만(현대 이론도 잘 모르지만요; 피아제를 읽어볼까도 생각 중.. 피아제도 고전 수준이지만요), 우리 삶에도 영향력이 꽤나 큰(무엇보다 수능에 나오는)루소의 철학에 대해 알아볼 수 있고, 배울만한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물론 교육에 별 관심이 없어서 어디에 적용할만한 일은 당분간 없겠지만..
마지막으로,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는가, 욕구를 줄여야 하는가 늘려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며 다른 책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올해 제대로 처음 읽은 고전인데(펑유란의 중국철학사나 S.P.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도 100년 가까이 된 서적입니다만.. 니체 쯤부터 고전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이제 쭉쭉 읽어나갔으면 좋겠네요. 자유론, 논어, 소크라테스 대화 네 편.. 이정도 생각중인데, 음..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빌린 책들 다 읽고,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읽어야 하는데.. 마르크스, 페미니즘도 좀 공부 해야하고.. 이런식으로 가다간 내년에도 책만 읽고 있겠네요 ~_~, 일단 오늘은 전쟁과 평화 2권을 읽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렵니다.. 어차피 인물 이름들 못외워서 상황만 보니, 머리 비우고 읽기 딱 좋더군요.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어야 하는데.. 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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