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시간엔 자야한다. 늦게 자는 나도 1시에는 자려고 눈을 감는다. 근데 왜 이리 잠이 안오는지. 아직도 잠에 들지 못했다. 젠장.

뭐 이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니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가? 나는 때때로 있다. 보통 자려고 누워서 여러가지 공상을 할 때이다.

오늘은 공상이 좀 길어져서 어쩌다보니 할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참 나이가 많이 드셨다. 어머니도 마찬가지. 내가 마냥 응석을 부리다간 언제 시간이 훌쩍 지나 은퇴하시고, 어쩌면 돌아가실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거 같다. 뭐 아직 30년 정도 남은거면 많이 남은건가. 여하튼 이런 생각을 하면 괜시리 슬퍼지는데, 내가 우울해지는 건 이것 때문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나도 언젠간 죽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너무 당연한 이치다. 생이 있으면 사가 있는 법이니까. 근데 그것이 너무나 무서울 때가 있다. 내가 숨이 멎고, 뇌의 기능이 정지된다는게.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 다른 게 무서운게 아니다. 귀신이 있으면 오히려 너무 고마워지는거다. 가장 무서운 건 내세 따윈 없고, 나는 짧으면 60년, 길면 80년 뒤에 그냥 이 세상과 영원히 단절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구와 인류에 정말 조그마한 영향력도 끼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를 후대에 전파한다는 고유의 임무조차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삶이 끝나는데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는 순간, 잠이 오지 않는다. 자고 싶지 않다. 눈을 감는다는건 죽음을 준비하는 거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죽기 싫다. 존재의 원초적 본능이 숨 쉰다. 내세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유물론을 지지한다. 물질이 있어야 정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라고. 내 존재가 사라졌을 때, 숨을 거두면서 생각도 멈추는 것이라고 이성을 통해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신이 있기를, 육이 죽더라도 영은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 하느님이 존재하셔서, 나를 영원의 세계로 이어주길 바란다. 내가 성경을 읽어나가고, 종교학 서적을 가끔씩 보는 이유다. 내세가 없다고 생각하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건, 당장 내일을 맞이하는 건 쉽지 않다. 살아가는 것은 곧 죽어가는 것이고, 내일이 오면 내 수명이 하루 줄어드는거니까.

이런 죽음에 대한, 끝에 대한 공포를 줄이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피곤한 눈으로 만화를 볼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건 의지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뭔가 도와줘야 가능한 것이다..

우울함의 스파이럴에서 빨리 빠져나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항상 그렇지만 이렇게 내 내면의 생각들을 끄적이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이래서 중2중2한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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